국내 펫보험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3년 기준 펫보험의 시장 규모는 약 4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 이상 증가했고 2024년 상반기에는 보유 계약 건수가 13만 건을 돌파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펫보험 시장은 원수보험료 기준 300억~400억 원대의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출처).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실제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2년 0.8%였던 가입률은 2024년 상반기 기준 1.7%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스웨덴(40%), 영국(25%), 노르웨이(14%) 등 반려동물 선진국과는 큰 격차를 보이며 낮은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보장 범위에 대한 불신,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 그리고 반려동물 등록제도와의 연계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펫보험의 필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펫보험 관련 권고 사항이 2025년 5월 1일부터 적용되었다. 펫보험 시장의 도덕적 해이와 보험 사기 가능성을 방지하겠다는 권고 내용. 과연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기존 펫보험은 다양하게 재가입 주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3년 또는 5년부터 최대 20년까지 장기 보장이 가능해 한 번의 가입으로 반려동물의 평생을 보장받을 수도 있었던 펫보험.
하지만 금융당국은 앞으로 펫보험의 재가입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해 펫보험에 가입을 했다면 매년 새로 가입해야 하며, 이때 의료 이용이 많거나 질병 이력이 있는 경우 다음 해에 인수 거절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펫보험 가입 시 자기부담금은 최소 3만 원 이상, 자기부담률은 3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권고했다.
그동안 펫보험은 상품에 따라 자기부담금이 면제되는 상품도 존재했는데, 앞으로는 보험금 지급 시, 보호자가 반드시 일정 금액(3만 원 이상)과 치료비의 30% 이상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며, 자기부담금 면제 상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펫보험의 치료비 보장 비율은 최대 70%까지만 설계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기존에는 최대 90%까지 보장하는 상품도 있었으나, 앞으로는 보장 한도가 낮아진다.
분명 건강한 보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결정인데, 보험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펫보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 개편과 유사한 맥락에서의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필수보험처럼 느껴지는 실손보험과 달리 선택적 가입 성격이 강한 펫보험의 특성상,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펫보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이 계속 성장 중이던 펫보험시장의 축소를 가지고 올 거라는 시각이 크지만 사실 그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진료비 표준화 등 반려동물의료의 제도적 기반 미비다.
당장 가까운 동물병원만 몇 군데 방문해도 알 수 있는 천차만별의 진료비. 아직 동물병원의 경우 표준 수가제(진료 항목별로 국가나 공공기관이 정해놓은 ‘기준 진료비’를 적용하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펫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에서는 이미 보험료 산정과 손해율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통일되지 않은 진료 체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진료내역에 대한 증빙자료 발급 의무화까지 보험시장 내 신뢰와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 그뿐만 아니라 높은 보험료, 주로 반려견, 반려묘에 국한된 가입대상, 좁은 보장범위까지 소비자의 유입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러한 제도적 미비를 소비자가 역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바로 동물등록제의 허점을 노린 도덕적 해이, 보험 사기 등의 문제가 이에 해당된다.
결국 이번 금융당국의 펫보험 관련 권고는 제도적 기반의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보험금 부정 청구와 같은 도덕적 해이는 어느 보험상품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은 금융당국의 당연한 몫이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규제는 오히려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려동물 인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른 사회적 관심 역시 더욱 높아질 것이다. 펫보험은 이제 단순한 보험상품을 넘어, 반려동물 보호자와 사회가 책임 있게 반려동물의 건강을 돌보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펫보험과 반려동물 의료의 제도적 개선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