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보험판매 수수료 구조는 계약 체결 1년 차에 모집수수료, 정착지원금, 각종 시책이 집중되는 선지급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모집수수료는 계약 체결의 대가로 지급되는 기본 보수이고, 정착지원금과 시책 역시 실질적으로는 초기 수수료 성격을 지니며 단기 실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처럼 수수료가 계약 초기에 집중되면서 설계사는 단기간에 많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압박을 받았고, 그 결과 상품 적합성보다 실적이 우선되는 영업 관행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불완전판매와 잦은 계약 전환, 조기 해약 문제가 반복된 배경이다.

2020년 도입된 1,200%룰은 1차년도 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했지만, 지급 시기 자체는 여전히 1년 차에 몰려 있었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10만 원인 경우, 1년 차 수수료는 최대 120만 원까지 지급될 수 있다.
또한 이 규제는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단계에만 적용돼,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시책이나 정착지원금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는 설계사 수수료 규모나 사업비 반영 정도를 알기 어려웠고, 계약 이후 관리 역시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보험판매수수료 분급제와 수수료 공개방안 도입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보험판매수수료 분급제와 수수료 공개방안을 하나의 제도 묶음으로 추진했다. 분급제도는 수수료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눠 지급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수수료 공개방안은 소비자가 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분급제도는 판매수수료를 계약 체결 직후 일괄 지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계약 유지 기간에 맞춰 4년에서 최대 7년까지 나누어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초기 지급 비중을 줄이고, 계약을 오래 유지할수록 보상이 이어지는 장기유지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유지관리수수료가 도입돼 계약 이후에도 지속적인 고객 관리가 이뤄지도록 유도한다. 보험금 청구 안내나 보장 점검 같은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보상 구조에 반영한 것이다. 또한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와 시책, 정착지원금까지 GA 수수료 관리 확대가 이뤄져 우회적인 고수수료 구조를 차단한다.
유지관리수수료의 일부는 고객 관리 인력이나 사후 서비스 운영 등 계약 이후 관리 품질을 높이기 위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이는 설계사 보수를 단순히 줄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계약 이후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으로 해석된다.

수수료 공개방안은 2026년 3월부터 모든 보험 가입 과정에서 적용된다. 상품설명서와 안내 자료에는 보험 상품별 판매수수료 총액과 함께, 계약 초기에 지급되는 선지급수수료와 계약 유지 기간에 따라 지급되는 유지관리수수료의 비중, 연도별 수수료 분배 구조가 명확히 표시된다.
즉 소비자는 보험 가입 시 설계사가 해당 계약으로 총 얼마의 수수료를 받는지, 그 수수료가 언제 어떤 비율로 나눠 지급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동일한 두 개의 보장성 보험 상품이 있을 경우, 한 상품은 초기 선지급 비중이 높고 다른 상품은 유지관리수수료 중심 구조일 수 있다. 수수료 공개 이후에는 단순 보험료 비교를 넘어, 초기 사업비 부담이 큰 상품인지, 장기 유지에 유리한 구조인지를 함께 판단할 수 있다.

수수료 구조 비교가 가능해지면 소비자는 보험료만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수수료와 사업비가 합리적으로 설계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갖게 된다. 선지급 비중이 높은 상품은 초기 해약 시 환급금이 불리할 수 있고, 유지관리수수료 중심 구조는 장기 유지 안정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설계사의 상품 추천이 보장 내용 때문인지, 수수료 구조 때문인지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는 고수수료 상품 위주의 영업 관행에 자연스러운 제동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공개방안이 정착되면 소비자는 보험 가입 과정에서 정보의 주도권을 일부 회복하게 된다. 초기 사업비가 과도하게 반영된 상품을 피할 수 있고, 중도 해지 시 환급금 구조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계약 이후 관리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설계사가 장기 유지와 관리에 따라 보상을 받는 구조가 공개되면, 사후 서비스와 상담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는 보험 가입 이후 관리가 소홀해지는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보험판매수수료 분급제도와 수수료 공개방안은 보험 시장을 단기 실적 중심에서 장기 유지와 신뢰 중심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변화다. 소비자는 불완전판매 위험을 줄이고, 해약환급금과 상품 구조를 비교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게 된다.
설계사와 GA는 계약을 오래 관리할수록 안정적인 보상을 받는 구조로 이동하게 되고, 보험사는 고수수료 경쟁 대신 유지율과 서비스 품질 경쟁 중심의 시장 환경으로 전환하게 된다.
결국 이번 수수료 제도 개편은 누가 더 많이 파느냐의 경쟁에서, 누가 더 오래 잘 관리하느냐의 경쟁으로 보험 시장의 기준을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