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험얘기를 하다 보면 ‘급여’와 ‘비급여’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으신 분들이 굉장히 많다.
또한 개념을 알고 있더라도 “급여는 건강보험공단의 보장이 되는 것” 그리고 “비급여는 보장이 되지 않는 것” 외에는 급여·비급여 산정 및 사회적으로 구분되는 디테일 요소를 깊이 생각해 본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급여’와 ‘비급여’를 알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급여·비급여에 대해 그 이상의 세부 요소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결론은 ‘무조건’이다.
우선 개인의 입장에서는 비급여 항목이 전액 자부담이기에, 어떤 치료가 비급여인지 알면 큰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고 비급여 위주의 보장을 제공하는 보험사와 상품 선택이 유용해진다.
보통 이 부분이 잘 안되어 보험 해지와 재가입이 반복된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검사나 시술이 급여로 인정되는지 알면 표준 치료 경로와 추가 선택 치료(비급여)를 구분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진료 수준과 가격대가 다르기에, 사전 정보 파악을 통해 경쟁력 있는 병원을 선별할 수도 있다.
이 뿐인가? 급여 항목은 법·제도 개정에 따라 확대·축소될 수 있으므로, 최신 급여 목록을 꾸준히 확인해야 과잉 진료나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막을 수 있으며, 특히 보험료 부담이 큰 1,2세대 실손 보유 노령층은 4세대 실손 전환을 앞두고 암·순환계 주요치료비 등 비급여 보상 비중의 트랜드를 파악하기에 유리하다.
지출에 따른 의료비 세액공제 혜택은 덤이다.
기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고, 통계적 의료비 지출(급여+비급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상 보험금 산출에 쉬워진다.
물론 설계사로서 고객 상담 시 급여·비급여에 대한 지식은 필수이다. 따라서 필자는 급여와 비급여를 ‘단순히 건강보험공단의 보장 여부’로 정의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급여: 건강보험 가입자 및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공통적으로 많이 받는 치료이면서 의료적 인정을 받은 진료·치료·약제·검사·재활 및 서비스. 예시로 표준화된 수술 및 치료, 진찰료, 기본 병실료, 처방약 등이 있다.
비급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험 적용이 어려운 선택진료로, 실험적이거나 미확인된 치료 및 고급 편의서비스로 분류. 의료법 및 약사법 등에 허가되었으나 공단 심의를 거치지 못한 급여 외의 서비스. 예시로 도수치료, 미용·성형 목적 시술, 일부 최신 기술이 필요한 MRI·초음파 검사가 있다.
제일 먼저 ‘사회에서 요구하는 의학적 필요성’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국가가 인정해야만 급여로 지정된다.
이는 보편적 건강권 차원에서 필수 의료 행위로 간주되며 영·유아 예방접종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음으로 ‘임상적 유용성과 안정성’이다.
정부(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공단)가 급여로 승인하는 부분이며, 인정되기 전에는 치료법 및 약제 등의 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만약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면 비급여로 지정되고, 충분하다면 급여로 인정되는데, 일례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 검사나 고혈압 환자의 혈압 측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세번째는 ‘비용 대비 편익성’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적이기에 이 제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비용 대비 효과성이 낮은 치료와 검사는 비급여로 남겨둔다.
첨단 의료기기, 선택적 성형 수술, 일부 전문 검사 등이 이에 속하며 MRI는 전신 스캔에 대한 전면 급여화는 불가능하고 필요한 부위 및 상황에 대해서만 급여 인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 요건에 맞춰 ‘사회적합의 요소’(여론)를 거치게 된다. 결국 이런 각 요소를 따져보았을 때 급여는 ‘의학적으로 필수적이고 안전·효과가 입증되며 국민적 재정 합의가 된 치료’라 정의할 수 있겠다. 표준 치료 프로토콜에 포함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급여와 비급여 사이 전환된 이슈들이 있었다. MRI는 이전에 대부분 비급여였으나, 응급 사태에서 환자의 두부나 뇌혈관 상태를 보기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며 단계적 급여화가 진행되었다.
복부나 심장 및 근골격계 초음파도 과거 비급여였으나 단계적으로 급여 진행이 되었고, 항암 신약도 임상자료가 축적되면 급여로 전환하기로 진행이 되어진 바 있다.
또한 많이 들어봤을 로봇 수술, 다빈치 로봇 수술 역시 일부 제한적 급여화 논의가 진행되었다. 지금은 실손 보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어느정도 자리 잡혔다.
그렇기에 급여와 비급여 지정은 평생 고정된 것이 아니며, 의학적 필요와 임상근거, 사회적 합의에 따라 언제든 변동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급여에서 비급여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
이미 급여화된 항목은 보장성 후퇴 논란이 크기에 정부가 잘 빼지 않지만, 특정 검사나 연 1회 제한된 치과 스케일링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런 사례를 살펴보면 “그렇다면 비급여는 비용 조정이 빈번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는데, 가능한 이야기다.
비급여 과다 청구와 실손보험 청구 급증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 위험은 반드시 존재한다. 한때 문재인 케어로 실손보험 개편 등 정부 주도로 급여 범위를 확대화기 위한 정책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보건복지부가 수집하는 비급여 가격 공시제가 활성화되었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가격을 공개해 환자가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실제로 3,800여개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일부 과잉 진료를 억제하고 병원 간 가격경쟁을 유도하여 과도한 가격 차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포털은 공단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기관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더라도 지방 의료기관에서의 보편적인 진료보다는 비급여가 많은 대형병원에 집중되는 현상과 이로 인한 고객 격차 및 의료 형평성 논란은 반드시 잠재워야 할 정부의 과제이다.
또한 매번 새로 나오는 의료신기술에 대비해 실손 보상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하는데, 반면 실손보험은 1세대에서 4세대로 갈수록 급여·비급여 보장이 내려가는 방식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특히, 해외 환자가 한국 의료 혜택을 받으러 오며 한국인 재정부담 증가 및 보험료 할증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꽤 많다.
미래 대비로는 신기술 및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들이 발전함에 따라 원격진료·AI 진단 보조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급여 심사 체계 구축필요 등 수없이 많은 과제가 있다.
결국 급여와 비급여의 경계는 단순히 ‘보장 유무’를 넘어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산업의 미래를 가르는 핵심 축인데, 최근에 유행하는 ‘주요치료비’가 왜 비급여 보장에 집중되어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암 주요치료비 보상 중 표적항암제의 주요 항목인 EGFR·ALK 저해제, 면역관문억제제 등의 치료제는 신약 개발 주기가 짧아 임상 및 장기 안정성 검증이 부족하여 비급여로 지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CAR-T치료는 개인 맞춤형 면역세포치료가 진행되다 보니 고가 제조 공정·생산비, 제한적 시행기관들의 인프라 부족으로 비급여로 지정되었으며, 유전자 치료는 혁신 의료기술로 분류되어 별도 승인절차와 비용 부담이 굉장히 높다.
이런 요소를 모아 ‘비급여’를 보상하기 위해 나온 암 주요치료비 특약이 ‘하이클래스 암주요치료비’이다.
암 주요치료비는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보상’하는 반면, 국가 보상이 어느 정도 있는 급여는 제외하고 온전히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보상’해주겠다는 것이 ‘하이클래스 암 주요치료비’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뇌와 심장 위주의 2대 질병 보상을 위해 나온 순환계 주요치료비는 심장 판막 수술, 관상동맥 우회술 등 고가 수술 장비와 인력 교육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비급여로 지정되었고, 인공판막은 제품 단가·수입관세로 의료기관과 환자의 부담이 상승해 모두 비급여로 지정이 되었는데, 이런 비급여 부분을 모두 포함하여 보상해주겠다는 것이 ‘순환계 주요치료비’인 것이다.
주요치료비가 많이 팔리는 데에는 민간보험사의 매출을 견인하는 한편, 국가의 보장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 중 하나이다.
국민들의 치료비 부담해소에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암·뇌·심장 3대 질병은 통계청 사망순위 1·2·3위인 만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료 보장 분야지만, 아직까지는 허점으로 남아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알아본 바, 급여와 비급여는 단순히 보장의 차이를 넘어 의료 소비자의 미래를 설계하는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