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예정이율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 자산을 운용하며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이자율을 의미한다.
그럼 예정이율이 왜 중요한 걸까? 기본적으로 보험사는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운용하여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바탕으로 미래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때 예상되는 운용수익률을 미리 가정해 보험료 계산에 반영하는데, 예정이율이 낮아진다는 건 보험사의 운용수익률 역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보험사의 수익이 줄어든 겠다는 것. 때문에 보험사는 미래의 보험금 지급을 위해 더 많은 적립금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보험료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산출된다:
이 공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정이율이 낮아질수록 보험료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특히 종신보험, 연금보험, 저축성보험과 같은 장기계약 상품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품은 장기간 동안 수익률이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예정이율의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10년 20년 또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내야 하는 보험료가 되어 누적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25년 4월을 기점으로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대폭 인하하였다.
이번 인하로 인해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최대 30%까지 인상되어 보험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동일한 보장을 제공받는 경우에도 예정이율 인하 전후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함께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예정이율은 왜 인하한 걸까? 예정이율이 인하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채권 및 예금 등 전통적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금융 투자를 진행하던 보험사의 운용수익이 악화되는 불운이 발생했다.
둘째, IFRS17, K-ICS 등 새로운 회계제도 및 건전성 규제의 도입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해야 했고, 이에 따라 현실적인 수준으로 예정이율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IFRS17(국제회계기준 제17호)과 K-ICS(신지급여력제도)는 2023년부터 적용되어 보험사의 재무제표 작성 방식과 자본 건전성 평가 기준을 대폭 변화시킨 국제 규제 기준이다.
먼저 IFRS17은 보험사의 수익을 기존처럼 보험료 수취 시점에 한 번에 인식하지 않고, 계약 기간 전체에 걸쳐 나눠서 인식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등 지출은 더 빠르게 회계에 반영되기 때문에, 보험사는 이익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구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 이는 회계상 수익이 줄고, 책임준비금은 더 많이 쌓아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K-ICS는 어떨까? K-ICS는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평가할 때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반영하고, 시장·신용·보험 위험 등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자본요건을 더 엄격하게 산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 결과 보험사는 안정적인 자산운용과 책임준비금 확대를 고려해야 하며, 예정이율도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IFRS17과 K-ICS는 보험사의 내부 재무구조를 보수적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 역시 예정이율 인하 및 보험료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가 되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예정이율 인하 전후의 가입 시점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입 전 반드시 예정이율 변경 시점을 확인해 보자.
또 보험사마다 예정이율과 보험료 인상률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보험사를 비교하여 공시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실손보험 기준으로 DB손보는 예정이율을 2.5%로 적용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는 3%, K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2.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예정이율 차이는 보험료 차이로 직결되며, 이는 장기 계약일 수록 누적 효과가 크다.
특히 은퇴 준비나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 저축성보험은 예정이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자신의 재무 상태와 상품 구조를 충분히 고려한 뒤 가입 결정을 해야 한다.
예정이율 인하는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이슈다. 이는 단지 보험사 내부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재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보험 가입 시 예정이율, 보험료 인상률, 공시자료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료 인상의 이면에는 단순한 물가상승이 아닌, 예정이율이라는 금융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